본문 바로가기
뉴스와 이슈

미야시타 파크 오픈 그리고 그곳에 담긴 강제 철거의 역사

by  。 2020. 10. 8.

며칠 전에 도쿄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에 대한 정보를 올리다가, 한번 적어보고 싶었는데, 오늘 미야시타 파크의 재개발 히스토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https://lgeexcel.tistory.com/entry/시부야-미야시타-파크-정보

 

시부야 미야시타 파크 정보 (DIY 킷캣 매장, 이자카야 거리, 스타벅스 등)

2020년 여름, 시부야 타워레코드 (시부야 논베이요코초 골목) 부근의 미야시타 공원이 미야시타 파크라는 복합몰로 재개발, 오픈하였습니다. 올림픽 개최 전 오픈을 목표로 재개발을 한 듯 한데,

lgeexcel.tistory.com

위에 링크 걸어둔 예전 미야시타 파크 정보글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음식점들과 매장들 그리고 옥상의 잔디밭과 스타벅스, 옆 존에는 호텔까지. 시부야로 많은 관광객,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부야구 쪽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겠죠?


한 달 전쯤, 친구가 준비하는 책자에 들어가는 일본분들 인물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야기상과 히라노상. 두분인데, 반 아베 성향으로 잘못된 사회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피해받는 소수자들을 위해 여러 시위에도 참가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일어나는 한국인 혐한 헤이트 스피치, LGBT을 반대하는 헤이트 스피치 등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음.) 

직접 촬영한 야기상, 히라노상 - 야마노테선과 함께

처음에 만났을 때는 조금 센(?) 이미지에 당황했으나 사진 촬영하며 이야기 나눠보니 또 그렇지만은 않았고, 사람 냄새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촬영을 하다가 시부야 쪽으로 넘어가서도 촬영을 했는데, 미야시타 파크 근처에서 촬영을 하면 어떻겠냐?라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하면서 미야시타 파크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고, 미야시타 공원 매각과 재개발로 인해 공원이 철거되고 거기에서 지내고 있는 홈리스, 노숙자들도 강제 퇴거되었다고 하네요. 안 좋은 감정이 있긴 해도, 이러한 이유로 나름 괜찮은 메시지가 되겠다, 싶어서 미야시타 파크를 배경 그리고 근처에서도 몇 장 촬영했습니다.

직접 촬영한 야기상, 히라노상 - 미야시타 파크 근처에서

미야시타 파크에 관심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았습니다. 도쿄에 거주하면서 미야시타 파크, 미야시타 공원은 시부야 - 오모테산도 사이에 위치한 공원정도로만 알고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부야 <-> 오모테산도 캣스트릿 오고 갈 때 가끔 지나가면서 보는 정도?


모두의 구립 공원이었던 미야시타 공원이 나이키로 매각되다.

시부야 구에 위치한 미야시타(宮下) 공원은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한 이 시부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자주 애용했던 공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스케이트 보드 타는 곳도 있어서 보더들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스케이트 보더들이 연습할 때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주거지 근처의 여러 공원들은 보드 금지가 적혀있는 곳이 꽤 있습니다.) 이러한 미야시타 공원에 1990년대부터 홈리스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홈리스 후원 단체들이 급식을 지원하거나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활동 거점이 되었습니다.
*요요기 공원에는 아직 홈리스가 생활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공원 기슭에 길을 잘못 들면 홈리스들이 생활하는 장소가 나오는데, 크게 위험하지는 않아보입니다.

시부야 구에서는 홈리스 문제와 누후화 되는 시설 보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미야시타 공원을 나이키에게 매각시키게 됩니다. 나이키 회사에서 공원의 보수와 운영을 맡기는 계약을 하고, 공원의 이름도 '미야시타 나이키 파크'로 변경하여 운영하고 나이키 관련 스포츠 장소로 활용하며 연간 1억 7천만 원씩 10년간 나이키가 시부야구로 지불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약은 2000년 초반 같은데, 2008년부터 홈리스 단체들에게 이 계약에 관련해서 알려지게 되었고, 미야시타 공원을 나이키화 계획으로부터 지키는 모임이 결성되어 활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원 운영권이 나이키로 넘어가 민영화된다면, 회사 이익을 위해 공원을 활용하게 될 것이고 시민들은 무료로 공원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사용 가능한 시설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으며, 또한 홈리스가 공원에서 쫓겨날 위험도 지적하였습니다.

 

강제 철거된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의 홈리스들

2010년 9월 나이키로 매각을 하고 공원의 재개발 공사 명목으로 공원에서 노숙자들을 정리하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음 해 4월 노숙자 지원 단체는 강제 추방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며 시부야구 상대로 소송을 하여 재판을 하게 되었고, 야간 오픈 금지, 공원 내 거주 금지 등의 절충안으로 재판이 마무리됩니다. 또한 나이키는 유로 운동 시설을 공원 내에 정비하면서도 시민의 반대를 받았고, 결국 '나이키 파크'라는 이름은 붙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공원이 아닌 공원과 그 뒤의 자전거 유료 주차장 사이의 공백 지대에 사는 것입니다. 공원 아래 주차장 관목과 자전거 보관소 아래는 배수관 된 시부야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미야시타 공원과 자전거 주차장 사이의 홈리스 거처

하지만 노숙자 철거 시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철거 관련한 날짜나 안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나 전혀 별다른 고지 없이 갑작스럽게 용역들과 함께 강제로 철거가 진행되었으며, 그 사이에 물리적인 폭력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그 근처의 다른 공원도 사용 조건이 예전에 비해 엄격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홈리스에 대한 지원이 없는 연말연시의 행사 (급식 활동, 노숙인 지원 등)도 연말연시 공원을 폐쇄함으로써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미야시타 파크 돌려줘라! 미야시타 파크 나이키화 반대! 포스터

 

미야시타 파크 재개발을 위한 다시 시작된 홈리스의 철거

나이키와의 계약 기간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미야시타 파크가 오픈한 것으로 보아 2017년 전에 계약이 끝나고, 새로운 미야시타 파크 건설을 추진한 것 같습니다. 2020년 오픈을 목표로 한 새로운 미야시타 파크 (복합몰)을 재건축이 있었으니 다시 홈리스에 대한 철거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근처에서부터 캣스트릿 부근까지 꽤 넓은 공간이어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바리케이드들이 높게 쳐져있고 몇 년 동안 공사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18년에 도쿄에 와서 2020년까지 계속 공사 중이어서, 도대체 뭐지? 하면서 지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넓은 공간의 꽤 대규모의 공사여서 주변 홈리스들도 모두 철거해야 했던 듯합니다.

2017년 기사와 사진들을 찾아보니, 3월 파란색 천막으로 된 홈리스들의 거처가 늘어졌고 그 일대로 임시 울타리로 봉쇄되었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벚꽃이 피는 3월에 완전 철거가 시작되었고, 올해, 2020년 8월 미야시타 파크는 오픈하게 됩니다. (아마 올림픽 시즌에 맞춰서 오픈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시부야구, 도쿄도에서 보기면 미야시타 공원은 이상한 냄새나 소리 등으로 민원이 있었으며, 당연히 올림픽을 압둔 도쿄도의 입장에서는 도심 한복판, 제일 유명한 시부야에 위치한 미야시타 공원의 홈리스 거처들은 관광객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당연히 골칫거리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불법 점거, 강제 철거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홈리스나 원래 거주하던 사람들의 인권이 우선인지, 하지만 재산세 등 지불하지 않고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건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건지. 저도 강자보다 약자의 편에 서는 편이지만, 이러한 문제는 여전히 참 어렵습니다.

아마 코로나가 종식되고 관광 재개가 되면 엄청난 관광객들이 이 2020년 오픈한 거대한 미야시타 파크 복합몰을 다녀가겠죠? 혹시나 이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미야시타 파크를 방문했을 때, '아 맞다, 옛날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지?' '이곳은 원래는 공원이었다지?, 그곳에 거주했던 사람들도 있었었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글을 적은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

댓글